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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24.

    by. 플러스픽

    지방소멸은 단순한 인구 감소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역 공동체의 해체, 행정 기능 상실, 지역경제 붕괴를 수반하는 복합적 위기입니다. 일본은 이 심각성을 가장 먼저 체감한 나라 중 하나로, 2014년 ‘지방창생’ 전략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습니다.

    지방소멸 문제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중대한 도전 과제입니다. 지방이 소멸하면 그 지역 주민뿐 아니라 전체 국가의 사회적 비용과 효율성이 심각하게 저하됩니다.

     

     

    일본의 지방소멸 대응 사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지방소멸이란 무엇인가?

    ‘지방소멸’이란 특정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결국 해당 지역이 행정, 경제, 사회적 기능을 상실하는 현상입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의 유지 불가, 지역 고유의 문화 소실, 국가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마저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입니다.

     

    특히 청년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출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남은 고령 인구는 자연 감소를 통해 사망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시골 마을에 국한되지 않고, 중소도시, 준도시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방소멸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결망의 해체, 정치적 대표성의 약화, 문화유산의 소실 등 다층적인 문제로 이어지며, 이러한 복합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이 함께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지방소멸 위기 배경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을 동시에 겪고 있는 국가입니다. 합계출산율은 1.26 수준이며, 전체 인구의 약 30%가 65세 이상입니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더 심각해, 도쿄권에는 전체 인구의 약 35%가 밀집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이로 인해 지방은 청년층 유출과 노동력 부족, 지역경제 침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일본의 지방소멸 위기 배경

     

    이러한 위기감은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이 작성한 지방소멸 보고서를 통해 구체화되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까지 일본의 896개 지자체 중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이 제시되었고, 이는 정부와 국민에게 큰 경각심을 안겨주었습니다.

     

    문제는 단지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성이 사라지는 데 있습니다. 폐교되는 학교, 문을 닫는 병원과 상점, 운영 불가한 지방 행정 시스템은 그 지역에 남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급격히 악화시키며, 결국 지역 전체의 해체로 이어지게 됩니다.

     

    일본의 대응 정책: 지방창생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14년 아베 정부는 '지방창생 전략본부'를 설치하고, 종합적인 인구감소 대응 및 지역 활성화 정책을 수립합니다. 이 정책의 목표는 단기 인구 증가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방이 스스로 생존 가능한 구조를 갖추는 것입니다.

    ‘지방창생’ 정책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됩니다.

     

    • 청년의 지방 정착 유도 – 일자리와 교육, 창업 기회를 통해 지방으로의 인구 역유입 유도
    • 지역 산업 재건 – 6차 산업화, 로컬 스타트업 육성 등 자립적 경제 모델 구축
    • 생활 인프라 재설계 – 의료, 교육, 교통 등 삶의 질 요소 강화
    • 지자체 자율 전략 수립 – 중앙정부는 가이드라인 제공, 실행은 지자체 중심

     

    이 정책 아래 다양한 지역별 맞춤형 사업이 탄생했고, 그중 일부는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례 1: 지역부흥협력대

    ‘지역부흥협력대(地域おこし協力隊)’는 도쿄 등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이주한 청년들이 일정 기간 동안 지역 자치단체에 소속되어 지역 활성화 활동을 수행하는 제도입니다. 이들은 관광자원 발굴, 농촌 마케팅, 지역 상품 개발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활동 종료 후 일정 비율 이상이 해당 지역에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적으로 약 5,000명이 협력대원으로 활동 중이며, 활동 종료 후 정착률은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단기 파견이 아닌, 실질적인 지역 인재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례 2: 마을지원 보조원

    ‘마을지원 보조원(集落支援員)’은 고령화와 과소화가 심각한 마을에 배치되어 마을 주민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들은 주로 고령자 안부 확인, 공공시설 유지, 빈집 관리, 공동농장 운영 등 실질적인 마을 살림에 참여하며, 마을 공동체의 해체를 막는 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시마네현 오키섬에서는 보조원이 지역 내 폐교를 리모델링해 공동 작업장으로 활용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면서 경제적 수익과 사회적 연결망 회복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사례 3: 시골에서 일하고 싶은대!

    농림수산성이 주도하는 이 사업은 도시 청년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농촌에 체류하면서 농업, 임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지역에 정착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참여자는 주거지와 생활비를 제공받으며, 체험이 아닌 실질적인 정착을 목표로 다양한 교육 및 창업 지원을 받습니다.

    후쿠오카현 다가마치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들이 모여 유기농 채소 브랜드를 개발하고, 온라인 유통과 도시 농산물 직판장을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로써 농촌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브랜드 경쟁력도 강화되었습니다.

     

    해외 사례 비교

    독일 – 다극 체계와 중소도시 네트워크 전략

    독일은 수도 베를린 이외에도 뮌헨,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등 다양한 지역에 고등교육기관과 경제 거점을 배치하여 인구 분산 구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특히 중소도시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인접 도시 간 기능을 연계하고, 산업과 교육, 문화 기능을 공동화해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합니다.

    예를 들어 작센주 라이프치히-할레권은 공동 교통망, 대학 간 협력, 스타트업 지원 허브를 연계하여 지역 청년의 유출을 방지하고, 오히려 대도시에서 이주하는 인구 유입 사례까지 만들어냈습니다.

     

    프랑스 – ‘테르루아(terroir)’ 전략과 지방 산업

    프랑스는 ‘테르루아(terroir)’ 개념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고유 특성과 역사·문화·식품 산업을 접목한 지역 브랜딩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농촌 부흥이 아니라 예술가, 장인, 청년 창업자들이 지방으로 이전해 생활과 사업을 함께 이어가도록 유도합니다.

    리무쟁 지역의 경우 유럽 도자기 문화유산과 연계해 디자인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로컬 브랜드를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시킨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한국의 대응 현황과 한계

    한국은 2022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고, 지자체 주도 종합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 유입, 주거환경 개선, 스마트 농촌 조성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응 현황과 한계

     

    대표적인 사례로는 경북 의성군 ‘이웃사촌 시범마을’이 있으며, 청년 창업 및 공동체 기반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정착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다수 지자체는 재정 및 인력 부족, 정책 연계 미비 등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며, 중장기 전략의 일관성과 성과 관리 체계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시사점 및 제언

    • 중앙-지방 협력 구조의 실질화: 단순한 중앙정부 주도의 지원 사업이 아닌, 지역의 문제를 지역이 주도하고 중앙이 후방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일본의 지방창생 전략처럼 지자체가 직접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해야 합니다.
    • 청년 정착 기반 설계: 일자리 제공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거, 교육, 문화, 사회적 네트워크 등 복합적인 삶의 질을 담보하는 구조적 설계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 장기적 시계 확보: 단기 공모사업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최소 10년 이상의 비전과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 디지털 기술의 전략적 활용: 원격근무, 스마트팜, 메타버스 행정 등 디지털 전환을 지방소멸 대응과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결론

    일본의 사례는 지방소멸이라는 위기가 단순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존속과 관련된 핵심 과제임을 보여줍니다. 지방이 무너지면 결국 중앙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과 프랑스처럼 균형발전 기반을 제도화하고, 일본처럼 실험을 반복하며 구조적 전환을 이뤄내야 합니다.

     

    이제 한국도 단기 지원에서 벗어나 지역의 삶 자체를 재설계하는 과감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주민이 머물고 싶고, 청년이 돌아오고 싶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