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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종로의 피맛골은 고관대작의 말을 피하던 '피마(避馬)' 길에서 유래한 골목입니다. 서울 서민의 일상과 식문화가 녹아있는 이 공간은 지금도 골목 이름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피맛골의 유래와 역사적 배경
피맛골은 조선시대 종로 일대에서 고관대작의 행차를 피하기 위해 서민들이 이용하던 뒷길로, '피마(避馬)'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당시 종로는 '육조거리'로 불리며 주요 관청이 위치한 중심 도로였고, 고위 관리들의 행차가 빈번했습니다.
서민들은 고위 관리의 가마나 말을 피해야 했기에, 눈에 띄지 않는 길을 따로 이용하였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좁은 골목길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피마길들이 연결되며 하나의 생활 동선이자 문화 공간이 된 것이 바로 피맛골입니다.
역사적으로는 피맛골이 기록에 처음 언급된 시점이 명확하지 않지만, 조선 후기 문헌들에 따르면 이미 정기적인 상업 활동과 음식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피맛골은 단순한 통로를 넘어 서민들의 삶의 공간으로 발전했습니다. 골목을 따라 목로주점, 선술집, 국밥집, 해장국집 등 다양한 음식점이 늘어서 있었으며, 이곳은 자연스럽게 조선 서민들의 식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또한 피맛골은 종로 관청과 가까워 유학자, 하급관리, 장사꾼 등이 자주 오가며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는 문화 커뮤니티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역사학자 김형우 교수는 “피맛골은 조선 후기 도시화와 대중문화의 발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피맛골 주변에는 여전히 ‘피마(避馬)’라는 이름이 붙은 간판이나 설명문이 남아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 서민들의 생활 방식과 도시 구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 문화재청에서는 피맛골 일대의 역사적 가치와 서민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다양한 자료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피맛골의 식문화
피맛골은 조선시대 서민들의 식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이곳에는 선술집, 국밥집, 해장국집, 전집 등 다양한 음식점이 형성되어 있었으며, 술과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던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피맛골은 일상적인 음식 외에도 지역 특색을 살린 음식이 많아 당시 서울의 '골목 미식 지도'와도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이 골목에서는 해장국이나 순댓국 같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 외에도, 고사리무침, 두부 전, 김치전 같은 간단한 안주가 사랑받았습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종로 일대에는 ‘소주방’이라 불리는 작은 음식점이 많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피맛골 안쪽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양조법을 사용해 만든 막걸리와 소주를 팔며 서민들의 쉼터 역할을 했습니다.
음식뿐 아니라 분위기도 피맛골만의 독특함을 자아냈습니다. 골목 사이사이로 퍼지는 술 냄새, 지글지글 부침 전 부치는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문화로 형성되었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문화연구소는 “피맛골은 단순한 골목이 아니라, 조선시대 서민의 일상과 식문화, 공동체 의식이 복합적으로 담긴 공간이었다”라고 평가합니다.
또한, 피맛골은 종로 인근에서 일하는 서민 노동자들과 장사꾼들의 일상적인 회식 장소로 사용되었고, 일상에서 겪는 애환을 나누는 정서적 공동체로 기능했습니다.
이러한 문화는 오늘날에도 '노포'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전통 음식점은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경우도 있어 문화재적 가치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미래유산’ 사업을 통해 피맛골 내 유서 깊은 음식점과 그 배경 이야기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으며, 이를 시민들에게 공개해 교육 자원으로도 활용 중입니다.
현대의 피맛골과 보존 노력
현대에 들어서면서 피맛골은 재개발과 도시정비 사업의 영향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 종로 일대의 정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피맛골의 상당 부분이 철거되었고, 이로 인해 역사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 학계, 문화재청 등 다양한 주체들이 피맛골의 보존 가치를 강조하며 보존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골목 보존’이 아닌, 서민 문화의 원형을 지키는 ‘기억의 보존’을 주장했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일환으로 일부 구간을 재현하거나, 기존 피맛골의 모습과 유사한 형태로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예컨대, 골목 형태를 유지한 상가 조성, 안내 표지판 설치, 피맛골 유래를 설명하는 조형물 제작 등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종로구청과 문화재청은 피맛골의 기록 유산 아카이브화와 함께 VR을 활용한 디지털 보존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피맛골의 옛 사진, 지도, 구술 기록 등을 모아 디지털 라이브러리로 제작 중입니다.
2023년 기준 서울시의 도시문화 아카이브 플랫폼인 '서울기록원'에는 피맛골 관련 자료 354건이 등록되어 있으며, 시민 누구나 검색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한편, 현재의 피맛골은 과거만큼의 정취는 없지만, 일부 전통 주점과 음식점이 명맥을 이어가며 방문객에게 당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화평론가 유재현 씨는 “피맛골은 서울의 도시화 과정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해석되며 살아 있는 도시 유산이 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피맛골은 단순한 골목이 아닌, 서울의 역사와 문화, 도시민의 정서가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따라서 향후 보존과 활용은 단순한 관광 자원을 넘어서, 교육과 문화자산으로서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1. 피맛골은 어디에 있나요?
피맛골은 서울 종로구 종로2가 일대에 위치하며, 종각역 인근에서 종로3가 방향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입니다. 현재는 재개발로 인해 일부만 보존되어 있습니다.
2. 피맛골 이름은 왜 피맛골인가요?
‘피맛골’은 고관대작의 말을 피해서 다니는 골목이라는 뜻의 ‘피마(避馬)’에서 유래했습니다. 조선시대 서민들이 위계질서로 인해 말이나 가마를 피하던 뒷길이었습니다.
3. 피맛골에는 어떤 음식이 유명했나요?
전통적으로는 국밥, 해장국, 막걸리, 전 등 서민 음식이 중심이었습니다. 특히 목로주점에서 팔던 간단한 안주와 전통주가 유명했습니다.
4. 피맛골은 언제 형성되었나요?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조선 후기 문헌에 언급되기 시작하며, 이미 18세기경에는 서민 상권과 식문화가 활성화된 골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5. 현재 피맛골은 어떻게 되어 있나요?
2000년대 재개발로 많은 부분이 사라졌으나, 일부 구간은 형태가 유지되고 있으며, 서울시에서 보존 및 복원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6. 피맛골 관련 자료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서울기록원, 서울역사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에서 관련 문헌과 구술자료, 옛 지도 등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7. 피맛골은 관광지로도 가치가 있나요?
역사적, 문화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서,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서울 도시문화의 산교육장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